플러스삶+장물

해양신도시 기고문

천상촌늠 2012. 5. 9. 07:23

[기고]해양신도시, 지금이라도 최선의 길 찾아야

수동적·중앙종속적인 창원시…도시미래·후손위해 규모 줄여야

2012.05.08  (화)
허정도 전 마산해양신도시 개발방향조정위원장 (webmaster@idomin.com)
마산해양신도시사업이 오늘 창원시의회 본회의에 상정됩니다. 이미 상임위를 통과하였고 집행부의 노력에다 의원들의 피로감까지 겹쳐 통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늘 본회의를 통과하면 마산 앞바다에는 거대하고 괴이한 섬 아닌 섬이 한 개 들어서고 그 이후 누구도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그때 물어올 역사의 질책이 두려워 감히 이 글을 씁니다.

돌이켜 보면,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정부는 기업의 투자확대를 촉진할 목적으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를 만들었습니다. 돈은 벌고 싶었지만 사업의 위험성 때문에 주저하던 건설사들은 이 달콤한 유혹에 혹해 전국 각지에 길을 뚫고 다리를 놓겠다고 나섰습니다. 우리 세금을 연기처럼 없애버리는 마창대교, 거가대교, 김해경전철 등이 이때 계획된 사업이며 마산의 가포신항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의회에 상정되는 해양신도시사업을 두고 창원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사업이 늦어지면 가포신항만 개장이 늦어지고, 그렇게 되면 협약에 의해 사업자 피해를 시가 보상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창원시의 이런 자세는 너무 수동적이며 중앙 종속적입니다. 이유는 다음 두 가지 사실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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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해양신도시안 조감도./경남도민일보DB
첫째, 가포신항만 타당성을 예측해 사업을 하기로 한 주체는 국토해양부, 즉 정부였습니다. 이 사업은 창원시(옛 마산시) 사업이 아닙니다. 정부가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해 민간 사업자에게 맡긴 겁니다. 하지만, 정부가 큰소리치며 시작한 마산항의 실제 물동량은 예측치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가포신항만은 사실상 실패한 사업이자 애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관경유착의 토목사업이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국토해양부에 있습니다. 이럼에도 국토해양부는 예측치 오류에 대한 변명조차 없습니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면 사업변경이라도 해야 할 텐데 "기왕 시작한 사업이니 끝까지 가야하고 그걸 어기면 피해보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말뿐입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입니다.

창원시도 이 때문에 가포신항만의 용도폐기안을 제안했습니다만 국토해양부가 국책사업 운운하며 거부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둘째, 마산은 창원 진해와 통합해 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가포신항만이 계획될 당시 마산에는 변변한 산업시설이 없었습니다. 항만 하나라도 생기면 도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할만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통합 창원시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항만을 가진 도시입니다. 세계적인 항만인 부산진해항의 70%가 우리 시의 영역이고 자동차 수출까지 가능한 항만(마산 4, 5부두)도 지닌 항만부자도시입니다. 도시상황이 지금과 같았더라면 가포신항만 조성은 만무했을 겁니다.

세 도시의 통합은 중복 투자를 막고 도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부정책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볼 때 가포신항만은 당연히 현 도시에 필요한 용도로 변경해 사용되어야 합니다. 여건이 변하면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지역을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옳은 일입니다.

위의 두 이유에서처럼 가포신항만은 경제성도 없고 딱히 필요도 없는 문제투성이 항만입니다. 그런데 저 항만을 위해 바다를 파내고 그 파낸 흙으로 마산 앞바다를 매립하겠다고 합니다. 거대 토목공사로 돈을 쥐려는 목적 외에 아무 유익이 없는 사업입니다.

따라서 창원시가 걱정하는 피해보상금 문제는 차분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엉터리 예측과 딱히 필요도 없는 가포신항만, 이 두 문제의 원인제공자는 정부입니다. 설령 협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하더라도, 계획부터 잘못된 사업이라면 그 항만을 위해 준설토를 받기로 한 창원시의 의무는 무효입니다. 그것이 상식입니다. 창원시가 저지른 일도 아닌데 마치 우리 잘못처럼 피해보상을 걱정하며 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자치단체의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집행부와 의회,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중앙정부에 책임을 묻고 따져야 합니다. 국민세금이 아니라 자신의 돈이라면 이런 사업을 계속할 것인지 추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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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후, 기왕 해 온 사업이라 어쩔 수 없다면 준설 깊이라도 조금 줄여서 해양신도시 규모를 축소해야 합니다. 마산 앞바다를 위해서, 이 도시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 후손을 위해서, 그렇게라도 해야 합니다. 저 괴이한 섬이 만들어질 쯤에는 지금의 시장도 의장도 사업을 맡은 기업도 모두 떠나고 속수무책인 시민들만 남을 겁니다. 그때 남아있을 시민을 위해 의원님들이 이 도시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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