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생활이다

나라의 품격을 말하다 정연주 전 KBS사장…법원, 해임취소 판결

천상촌늠 2009. 11. 13. 23:12

ㆍ“이 대통령 재량권 남용” 위법성 인정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정연주 전 한국방송공사(KBS) 사장(63)을 해임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므로 위법하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12일 정 전 사장이 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무효 청구소송에서 “이 대통령이 정 전 KBS 사장을 해임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해 남용한 것이므로 해임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 전 사장에 대한 해임 과정은 행정절차법을 위반했고, 국세청과의 세금환급소송을 잘못 처리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정 전 사장이 KBS의 적자구조를 지속시키는 데 일부 책임이 있는 것은 인정되지만 KBS 사장의 임기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공정성·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해임처분 기준을 다른 공공기관보다 더 높게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해임사유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 전 사장은 선고 후 “해임의 모든 과정에 절차적 부당이 있었던 점이 인정됐다”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가 전체적으로 위협당하고 있는 데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측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KBS 이사회가 감사원의 해임요구안을 받아들여 “경영을 방만하게 했다”는 등의 이유로 정 전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제청한 지 3일 만에 그를 해임했다. 검찰은 정 전 사장에게 배임죄를 적용해 기소했으나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장은교기자 indi@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